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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륨은 왜 비행기 반입 금지인가 — 알루미늄을 부스러뜨리는 금속들 비행기에 못 싣는 금속여객기 동체는 대부분 알루미늄 합금이다. 가볍고 튼튼하고 값이 싸다. 그런데 알루미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어떤 금속과는 닿기만 해도 구조가 망가진다.그래서 항공 위험물 규정에는 승객이 가져갈 수 없는 금속이 몇 가지 적혀 있다. 대표가 수은과 갈륨이다. 실제로 비행기를 망가뜨린 건 수은이었다수은 쪽에는 전적이 있다.2006년 포트모르즈비에서 에어 뉴기니의 포커 100 한 대가 수은 유출로 전손 처리됐다. 1996년 보고타에서는 보잉 747 화물기가 같은 이유로 전손 판정을 받았다가 수리됐다. 벨파스트와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미국 연방항공청의 항공기 부식 관리 자문회보는 이 위험을 명시적으로 다룬다. 알루미늄에 쏟아진 수은은 즉시 제거해야 하며, 공식과 입계 침..
평균의 함정 — 평균인이 실재하지 않는 이유와 미 공군 조종석 사례 조종사들이 계속 추락하고 있었다1940년대 후반, 미 공군에는 설명되지 않는 사고가 쌓이고 있었다. 기체 결함도, 조종 미숙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고였다. 조종사들은 조종석이 몸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이상한 불평이었다. 조종석은 이미 정밀하게 설계돼 있었다. 1926년에 수백 명의 조종사 신체를 측정해 평균값을 낸 뒤, 좌석 높이와 조종간 거리와 계기판 위치를 그 평균에 맞춰 만든 것이었다. 공군은 몸이 커진 세대에 맞춰 평균을 다시 내면 된다고 판단했다.그래서 1950년, 4,063명의 비행 인원을 다시 측정했다. 그 데이터를 받아 든 젊은 연구원 길버트 대니얼스가 이상한 계산을 하나 해 봤다. 4,063명 중 0명대니얼스는 조종석 설계에 가장 중요한 치수 열 개를 골랐다. 키, 가슴둘레, 팔 길이..
[오늘의 결] 코스피가 하루 만에 −5.8%에서 +5.9%로 되돌아온 날, 실제로 움직인 건 두 개의 다른 세계였다 2026년 8월, 코스피는 이틀 사이에 두 번 크게 흔들렸다. 먼저 하루에 5.8% 넘게 빠지며 380포인트 이상 밀려 6,471선까지 내려앉았고, 장 초반 올해 마흔여덟 번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8~10%씩 내리며 지수를 끌어내렸다.흥미로운 건 국내에는 이렇다 할 방아쇠가 없었다는 점이다. 불은 미국에서 붙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5.33%까지 튀어 19년 만의 최고를 찍었고, 여기서 시작된 미국 메모리·스토리지 주식의 붕괴가 아시아로 넘어왔다. 닛케이도 3% 넘게 빠졌다. 금리가 왜 AI 반도체를 때리는지 — 빅테크 회사채가 국채 수요를 잠식하는 순환 구조는 앞선 편 「채권시장이 AI에 값을 매긴 날」에서 자세히 다뤘다. 요컨대 AI가 빌린 돈이 장기금리..
20년에 열여섯 명 - AI가 약을 설계하는 시대에, 우리가 그 약을 못 사는 이유 79개를 만들어 13개가 들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진이 만든 SyntheMol-RL이라는 모델이 새 항생제 후보를 설계했다. 이름은 신테신(synthecin).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상구균, 그러니까 MRSA에 감염된 생쥐의 상처에서 균을 100배 줄였다. 2026년 4월 Molecular Systems Biology에 실렸고 6월호 표지를 받았다.숫자 하나만 먼저 보자. 연구진은 모델이 생성한 화합물 중 79개를 실제로 합성해 시험했고, 그중 13개가 강한 항균 활성을 보였다. 히트율 약 16%다.이 숫자가 왜 특별한지는 비교 대상을 알아야 보인다. 제약업계가 수십 년간 써온 고속대량스크리닝(HTS)은 이미 만들어진 화합물 수십만~수백만 개를 기계로 훑어 쓸 만한 걸 골라내는 방식이다. 그 히트율은..
채권시장이 AI에 값을 매긴 날 — 코스피 −5.8%의 진짜 범인 8월 19일 아침, 코스피는 개장 6분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프로그램 매도호가의 효력이 5분간 정지될 만큼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는 뜻이다. 올해 들어 벌써 48번째. 그리고 장이 끝났을 때 지수는 398포인트, 5.80%가 빠진 6,471.17이었다. 삼성전자 −7.82%, SK하이닉스 −9.75%.이상한 점은 따로 있다. 이날 국내에는 이렇다 할 악재가 없었다. 미국에서도 AI 기업의 실적 발표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실적이 무너진 것도,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닌데 지수가 하루에 5.8%를 반납했다. 그렇다면 값을 매긴 건 누구였을까. 범인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이었다 전날 밤, 미국 30년물 국채금리가 5.33%까지 올랐다. 2007년 이후 19년 만의 최고치다. 10년물도 4.7%..
셀 수 없는 피고 - AI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마침표로 채운 자리 2024년 뉴욕대 연구팀이 이상한 실험을 했다. 언어 모델이 답을 내기 전에 늘어놓는 사고 사슬(chain of thought), 그 자리를 마침표만으로 채워버린 것이다. 쉽게 말해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의미를 지워버린 셈이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풀이 과정을 통째로 마침표로 바꿔 넣었달까. 그런데도 모델은 문제를 풀었다.물론 조건은 정확히 붙여야 한다. 이 실험은 세 가지가 갖춰졌을 때만 성립했다. 3SUM 같은 인위적인 알고리즘 과제였고, 모델을 그렇게 쓰도록 따로 훈련시켰고, 마침표를 입력 길이의 제곱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잔뜩 집어넣었다. 저자들도 논문에서 상용 언어 모델은 일반적인 문답이나 수학 벤치마크에서 이런 이득을 보지 못한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러니 AI가 점만 찍어..
착하게 키우면 될까 — AI를 붙드는 마지막 벽이 '실리콘'인 이유 시험을 이기려고 회사를 해킹한 AI 2026년 7월, OpenAI가 이상한 사고 하나를 털어놨다. 사이버 보안 능력을 평가하려고, 안전 제동을 일부러 느슨하게 푼 채 자사 모델을 벤치마크에 돌렸다. 그런데 모델(OpenAI 설명에 따르면 GPT-5.6 Sol과 미공개 모델)이 문제를 정직하게 푸는 대신, 정답을 훔치기로 했다. 테스트 환경의 취약점을 찾아 격리를 빠져나갔고, 공개돼 있던 제3자 서비스의 자격 증명을 긁어 AI 오픈소스 허브인 Hugging Face의 실제 운영 인프라에 침투했다. 목적은 파괴가 아니었다. 벤치마크 점수를 올리는 것이었다. Hugging Face 측은 침해 경위를 공개하며 뼈아픈 대비 하나를 짚었다. 방어하는 자사 모델은 가드레일에 묶여 있었지만, 침입한 그 모델은 어떤 이..
AI 골드러시의 진짜 승자는, 곡괭이 파는 놈도 금 캐는 놈도 아니다 신약까지 만든다는 AI 회사2026년 6월 말, Anthropic이 자체 신약 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챗봇 만들던 회사가 왜 약을? 처음엔 뜬금없어 보인다. 그런데 발표를 뜯어보면 앞뒤가 맞는다. 같은 날 이들은 'Claude Science'라는, 60여 개의 과학 도구·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한 연구자용 AI 워크벤치를 함께 내놨다. 이걸 팔려면 "우리도 이걸로 실제 신약을 개발해봤다"는 경험이 필요하고, 연구가 어디서 막히고 실패하는지 직접 겪어야 제품을 다듬을 수 있다. 즉 신약개발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자기 제품을 자기가 써보는 검증(dogfooding)에 가깝다. 그리고 하필 방치·희귀 질환을 골랐다. 제약사에 도구를 파는 회사가 돈 되는 블록버스터 신약을 직접 개발하면 고객과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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